시리아 평화회의 실무 협의 합의…오바마는 푸틴 비판

미국과 러시아 외무·국방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북한 핵 문제 등 공조할 현안도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2+2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감시 프로그램 등을 폭로한 스노든에 대해 러시아가 임시 망명을 허용하고 백악관이 이에 반발해 내달 초로 예정됐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하는 와중에 열린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회의에서 이달 안에 시리아 평화 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 협의를 열기로 합의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아주 중요하다.

양국은 서로 공유하는 이해도 있고 때로는 서로 충돌하거나 갈등하는 이해도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양국은 일치하거나 그렇지 않은 분야에 매우 솔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스노든 사례만 아니라 양국이 지금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며 미사일 방어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북한, 시리아를 포함한 전략적 현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해 진전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라브로프 장관이 전직 아이스하키 선수였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외교는 하키 경기처럼 충돌하는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도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아쉬움을 표시하고 나서 러시아가 무역이나 핵 연구, 안보 등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도 중요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이나 한반도 핵 이슈를 비롯한 많은 주제를 조용하고 솔직하게 논의할 것"이라면서 "양국은 세계 곳곳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등 정세를 안정시키고 대량파괴무기(WMD)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으며 일례로 양국 전문가들이 이달 말 다시 만나 시리아 평화 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노든 문제가 대화를 압도하지도 않았고 양국이 냉전이나 상황 악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고위급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는 참석자들의 평가와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 사태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고 있어 양국 관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푸틴 대통령이 복귀하고 나서 반미 경향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