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경협보험금 지급에 대응성격…재발방지 北입장 변화

북한이 7일 오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7차 실무회담을 14일 열자고 전격 제안함에 따라 꺼져가는 개성공단사업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시점상 통일부가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을 발표한 뒤 한 시간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제안은 우리 정부의 '중대결단' 실행에 대비해 준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이 사실상 중대결단의 하나로 개성공단 폐쇄 수순밟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정말 공단 폐쇄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보던 북한이 서둘러 대응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제안은 정부의 중대결단이 예고되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이 경협보험금 지급 조치를 보고 대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회담을 제안하며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의 해제 및 기업의 출입 전면허용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 등 사실상 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조치를 밝혔다.

일단 북측이 제안한 선(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측이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했던 출입제한조치와 근로자 철수조치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북한이 통행금지조치를취하고 북측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그런 조치들을 조건 없이 해제하겠다고 한 것은 북측이 자신들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핵심쟁점인 재발방지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변화가 감지된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북과 남은 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6차 실무회담 때 제시한 합의서 수정안에서는 "북과 남은 개성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는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라는 대목을 빼 눈길을 끈다.

특히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문장도 이번 담화에서는 삭제됐다.

북한은 종전까지는 남측에서 벌어지는 한미합동군사연습과 '김정은의 달러박스' 등의 자극적인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이 두 대목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나름 변화를 감지케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수용하면서 가동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재발방지를 협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마지막으로 공단의 재가동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조평통을 통해 발표했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6차 회담까지는 재발방지 등과 관련해 누가 입장을 밝히거나 서명을 할 것이냐의 문제도 남북간의 쟁점이었다.

따라서 개성공단 통행제한, 북측 근로자 철수 등의 잘못된 조치를 바로잡고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데 조평통이 직접 나섰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재발방지에서 변화를 보였다기 보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책임전가를 위한 수순밟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재발방지 부분에서 북한이 큰 변화가 없어 회담이 열려도 상황의 급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압박 수순을 보이니까 북한이 책임을 전가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