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출구' 꺼낸 김한길…민주 내홍 여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와 관련, 코너에 몰린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 친노무현계 인사들과 당내 신주류 측 간 갈등이 표면화되자 김한길 대표(사진)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김 대표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인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민생으로 돌아가자”며 정쟁 종식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화록 수사로 규명”

김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대여당용, 당내용 두 가지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민주당은 아직 진상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나 특정인에게 회의록 실종의 책임을 묻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 “회의록 실종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로 엄정한 수사가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새누리당은 연일 우리 당의 특정 의원과 계파를 지목해 당내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당 내에서도 서로에게 돌 던지는 일, 정파적인 행동이나 주장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자중지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이 있다면 국회 회의록 열람을 최종 결정한 당 대표에게 있다”며 “모든 책임과 논란도 당 대표인 제가 안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대화록 실종으로 인해 당내 문 의원 등 친노 세력과 신주류 간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다시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데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조경태 최고위원은 “25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그동안 친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온 만큼 최근 대화록 정국을 주도한 문 의원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논평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대화록이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2008년 기록물사건에 이어 또 고생하겠지요”라면서도 “(이와는 별도로)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끝내야 하지 않나요. 당연한 사리를 말했는데, 새누리당은 난리네요. 가해자의 적반하장이 무섭습니다”라고 했다.

◆“대화록, 국정원 국조서 다뤄선 안돼”

끝없는 정쟁에 대한 여론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 이른바 ‘출구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대화록 불법 공개 등) 모든 의혹에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의 장에서 진실을 규명하기로 하고, 양당은 ‘민생’을 살리는 일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생을 살리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다만 대화록 문제를 ‘국정원 댓글 국조’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조를 막기 위해 NLL 논쟁을 활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NLL 관련 논쟁을 결코 정치공작에 이용하지 않았고 국조를 막으려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화록 실종 미스터리에 대한 문제는 결국 수사를 통해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수사 방식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 진상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검사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