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늦어져 사업 불투명…장마철 기계 걱정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며 신속한 정상화를 기대했던 입주기업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24일 공단 정상화가 더 늦어지면 당장 내년 주문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계속되는 장마로 기계·설비에 큰 손실이 간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 "8월이 `마지노선'…이후에는 일감 없어" = 입주기업의 60∼70%를 차지하는 섬유·봉제 업체들은 정상화가 더 늦어지면 내년 사업마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의류업체들은 통상적으로 6∼8개월 전에 주문을 받아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늦어도 8월에는 정상화가 돼야 차질 없이 내년 봄·여름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의류업체 만선의 성현상 사장은 "가을·겨울 상품은 이미 물 건너간데다 한 달이 지나면 봄·여름 주문도 못 받는다"며 "이후에는 정상화를 해도 내년 4∼5월까지 일감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차례 방북을 통해 공단에서 가져온 철 지난 완제품을 팔 곳이 없는 것도 기업들의 걱정이다.

대부분 기업은 자체 상표가 없어 원청업체에서 상품을 받아주지 않으면 마땅한 판매처가 없다.

원청업체들은 완제품이 판매시기를 놓친 봄·여름 상품이라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내년에 받겠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장마철 습기에 노출된 설비 걱정에 발 동동 =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의 기계·설비를 보유한 전자·부품 업체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최근 몇 차례 방북으로 공단 내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가져왔지만 기계·설비는 대부분 공단에 방치된 상태다.

북측이 설비반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다 방북 시간과 인력이 제한돼 한 번에 많은 양의 설비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방송장비를 생산하는 제시콤의 이재철 대표는 "장비를 해체해서 부품을 따로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 난 기계의 10% 정도밖에 가져오지 못했다"며 "일부 인력이라도 공단에 상주하면서 설비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장비·설비 점검을 위한 `긴급 정비인력'의 방북과 정비인력의 공단 체류를 허가해달라고 통일부에 요청했다.

◇ 北 재발방지 없이 다시 주문받기 어려워 = 이번 사태에 대한 확실한 재발방지 보장이 없으면 원청업체들과 다시 거래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원청업체들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납품하지 못한 물량을 이미 해외를 비롯한 다른 거래처에 맡긴 상태여서 이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공단의 정치적 위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

특히 적시 납품이 중요한 부품·소재 업체들은 개성공단 외 지역에 예비 생산시설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원청업체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바이어들이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개성공단 외 지역에 백업 생산라인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며 "개성공단에서만 생산하는 기업들은 정상화 돼도 주문을 받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