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북한의 대미 외교를 실무 책임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 화려한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과 만난 그는 보름여만에 다시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 등과 만났다.

김 부상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북한 수뇌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한반도 위기지수를 한껏 올리더니 지난 5월부터 갑작스럽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 고위급 양자 대화를 제의하는가 하면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김 부상은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특별대표와 회동 직후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서도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끌어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김 부상과 티토프 1차관, 모르굴로프 차관 등과의 회담이 끝난 뒤 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은 (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2005년 9.19 공동 성명에서 합의된 원칙들에 기초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환경 조성에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내부적으로는 '핵 역량'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고립을 피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을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방과의 유대를 재구축하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4일(현지시간)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강력히 원하는 중국이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도모하는 러시아에 북한의 최근 행보는 반길만 하다"면서 "적어도 6자회담의 재개를 기준으로 할 경우 3자(한·미·일) 대 3자(북·중·러)의 전선이 구축된 효과는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화공세에 대해 미국은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의 선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현안을 논의하자"고 나설 경우 향후 국면의 전환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을 끌어당기려는 노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권력기반 공고화에 주력해온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북한의 고립감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 방문을 위해 중국에 들른 김계관 제1부상과 같은 시기인 지난 2일 중국에 도착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은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논의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남 부부장은 지난 5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수행한 적이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대화공세는 김계관 부상의 행보가 잘 보여준다"면서 "지난해 미국과의 2.29 합의를 도출했던 김계관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조만간 미국을 향해 보다 강도높은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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