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6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4일 북한에 제의했다. 전날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당국 간 대화를 역제의한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이날 판문점 마감 통화를 통해 “좀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잠정폐쇄 4개월째 접어든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신뢰 중요, 파행방지책 필요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북측 중앙특구지도총국장 앞으로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정부는 회담 장소로 판문점 내 북측지역인 통일각, 또는 우리 측 평화의 집을 제시했다. 또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 점검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의 방북허용 의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당국 간 회담을 역제의한 것은 당국 간 대화를 통해서만 개성공단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민간을 통한 우회로가 아니라 당국 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뜻도 담겼다.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북한의 남북 관계 진정성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새로운 남북 관계를 시작하는 첫 단추로 보고 있다.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파행상태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식으로 재가동하는 것은 남북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을 빨리 정상화해야 겠다는 즉자적인 대응보다는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개성공단 재가동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북한의 진성성 확인을 통한 ‘발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인 셈이다.

다시 한번 ‘원칙’ 강조

정부는 이날도 대북정책에서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에 앞서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은 다시 북으로 넘어갔다. 북한이 즉각적인 답을 유보한 채 “기다려달라”고 한 것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전날 방북 허용의사를 밝히면서 판문점 연락채널을 복원하는 등 태도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남북 실무회담과 기업 측 점검단의 방북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회담 개최 전 통일부에 방북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담 결과에 맞춰 9일 방북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며 “설비점검단은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도록 미리 다 구성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이와 함께 6일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90일 넘게 지속된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 측의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공단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창근 비대위 대변인은 “무엇보다 개성공단에 대한 불씨가 꺼트리지 않은 채 재발 방지를 위한 큰 틀에서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데 입주 업체들이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은정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