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활용 방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지하경제 추적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국세청은 당초 지하경제 양성화의 수단으로 FIU 정보를 활용한 세무조사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이를 위해 FIU가 확보한 금융정보를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국세청은 연간 4조5천억원의 추가 세수 확보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런 국세청의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먼저 국회에 제출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 개정안이 정무위 심사 과정에서 탈세혐의 제시 등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고 FIU 원장이 이를 승인하는 경우로 제한됐다.

국세청은 탈세·탈루 혐의 조사에 필요한 의심거래정보(STR)와 2천만원 이상의 고액현금정보(CTR)에 대한 직접 열람을 희망했으나, "범죄와 무관한 선의의 거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확보 가능한 거래정보가 대폭 줄게 됐다.

여기에 본회의 관문인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은행 거래 내역을 과세 당국에 통보하고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개정안은 정무위로 되돌려졌다.

정무위는 소위 및 전체회의를 통해 법사위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6일 다시 개정안을 가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두가지 정보 가운데 CTR에 대해서만 국세청 등 당국에 거래 내역을 통보할 경우 1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국세청 등 당국이 조사나 수사상 필요에 의해 유예요청을 할 경우 검토를 거쳐 최장 6개월 통보 유예를 할 수 있고, 여기에 3개월씩 두번에 걸쳐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연장 요청을 한다고 해도 100% 받아들여진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결과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사에 대비하라"는 통보를 해 주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저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금융정보가 국세청에 통보됐음을 알려줄 경우 추가 세수는 당초 목표의 10%선으로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올들어 지난 4월까지의 국세청 소관 세수가 70조5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조7천억원이나 적은 상황에서 추가 세수 확보의 유효한 수단으로 기대했던 FIU 정보 활용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STR의 경우 당사자 통보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다시 포함될 개연성도 있다.

자신의 금융정보가 어떤 성격이든 당국에 통보됐으면 당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세청이 이들 정보를 이용해 탈세나 탈루를 추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30일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견과 요인이 반영되다 보니 원래 취지와 다르게 됐다"며 "법안 내용 변화에 따라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방안을 강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FIU법안 이외에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즉,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금융지주회사법 등도 현재 여야간, 시민단체·재벌간 주장이 맞서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