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 웹페이지가 해킹당한 지난 25일 서울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직원들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이번 해킹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사이버 테러전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 웹페이지가 해킹당한 지난 25일 서울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직원들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이번 해킹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사이버 테러전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
2014년 7월 말. 새벽을 틈타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20명이 저고도 침투용 수송기인 AN-2를 타고 전남 영광과 경남 양산 인근 해역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군 레이더망이 이 지역을 탐지하지 못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두 곳의 원전 가동을 중지시킨다. 인근 지역은 패닉상태가 된다.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가 주요기관과 철강 반도체 등 기간 산업이 마비되는 국가위기사태로 이어진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리 군의 대공 레이더 방어망은 이 지역을 노린 북한의 후방 침투에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면전으로는 한·미 연합전투력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줄곧 특정 지역과 시설을 교란시켜왔다. 국지도발은 매번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취할 향후 도발 유형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도발이 바로 후방 침투와 사이버 테러다.

○후방 침투와 사이버 도발에 여전히 취약

[강군 도약 '軍 3.0 시대'] 軍 레이더망에 빠진 원전·항만…후방 침투·사이버 테러 무방비
27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레이더 사각지대에 국가전략시설인 영광 원전과 경남 고리 원전 및 부산항 등이 포함돼 있다. 부산항과 같은 1만 이상의 선박 출입이 가능한 항만과 원전은 ‘국가 중요시설 지정 및 방호 훈령’에 따라 ‘가급’에 속하는 시설로 유사시 청와대 등과 함께 가장 우선적으로 방어해야 할 대상이다. 2010년 10월 당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현재 군의 레이더망으로는 이들 지역에서 고도 600여m 이하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를 추적하지 못한다. 일종의 ‘블라인드 스폿(감시불능지역)’이 존재하는 셈이다. 북한은 현재 200여대의 AN-2를 보유하고 있다. 군은 10여기의 고정형 레이더, 수 기의 이동형 레이더와 저고도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지만 3분의 2 이상이 노후화 상태다.

우리 군은 지난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네 대의 전력화를 완료했지만 김 전 의원은 “전방 비무장지대(DMZ) 동서쪽에 대한 감시가 1차 목표여서 감시불능 문제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저고도 감시불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합참은 조기경보통제기와 임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전력화 시기를 2015년에서 2021년으로 미뤘다.

북한의 사이버전 도발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정부기관과 정당의 5개 홈페이지 및 언론사 11개 등 총 16개 홈페이지가 해킹당했다.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는 한국의 해킹 피해는 북한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은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산하에 정예 해커 1000여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유엔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양상은 사이버전이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사이버 테러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2014회계연도 예산 제안에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으로 전년보다 20% 늘어난 5200억원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군은 현재 약 6000명의 사이버전투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인력을 20% 증원할 계획이다. 2010년 창설된 우리 군의 사이버사령부 인력은 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박대우 호서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가정보원이 15개 유관부처와 사이버안보 마스터플랜을 통해 상시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시설과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며 “인터넷진흥원의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실무인력은 6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후화된 전력 교체 지연

한국국방연구원이 분석한 남북한 전력 비교에 따르면 육·해·공군 중 육군이 북한군과 전력 비교에서 가장 뒤처지지만 예산 부족으로 전력 증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육군의 핵심전력인 K-9 자주포는 2011년 생산제품도 사격통제장치에 1999년 사용하던 486급 도스 컴퓨터가 적용되고 있다. 군은 2013년부터 성능 개량 연구에 착수해 펜티엄급 이상을 탑재할 계획이지만 연구개발에만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만큼 K-9 자주포는 수년간 구형 컴퓨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전방부대 주력 전차는 M계열이다. 1950~1960년대 사용하던 M계열 전차는 노후화가 심하고 수리부속품 수급이 거의 불가능해 운용 효율성이 대단히 낮다. 이를 대체할 K-2전차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보할 수량을 당초 400대에서 200대로 줄였다.

2011년 국정감사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상륙함인 독도함에서 운용되는 헬기가 해상작전에 필수적인 부식방지 처리가 되지 않아 성능 저하 및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독도함에서 이착륙할 헬기가 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후화된 전력을 대체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