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의 웹페이지가 해킹당한 25일 서울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직원들이 민간 사이트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의 웹페이지가 해킹당한 25일 서울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직원들이 민간 사이트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6·25전쟁 63주년인 25일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정부기관과 정당의 5개 홈페이지, 언론사 11개 등 총 16개 홈페이지가 무더기 해킹을 당했다. 청와대를 포함해 4개 홈페이지가 변조됐으며 서버 131대가 다운됐다.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도 접속이 되지 않고 있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의 한국 지부격인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예고한 대로 북한 웹사이트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해 주요 사이트를 먹통으로 만들고 북한 고위직 인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청와대 홈피에 “위대한 김정은 수령”

6·25에 벌어진 '남·북 사이버 전쟁'…靑·국정원도 뚫려…北고위층 신상정보 해킹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된 것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다. 오전 9시30분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붉은 글씨로 “위대한 김정은 수령”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전 10시께부터는 10분간 “통일 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 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함께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긴급점검에 들어가 오후 5시께 일부 기능을 복구했다.

국무총리 비서실, 국무조정실도 해킹됐다. 새누리당은 16개 시도당 홈페이지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부산 울산 광주 강원 경북 등 8개 시도당이 해킹당했다. 건설경제 이투데이 스포츠서울 매일신문 대구일보 등 11개 언론사도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거나 기사를 송고하는 집배신 시스템이 작동을 멈췄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어나니머스코리아가 북한 주요 사이트를 공격한 데 따른 보복성 공격설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 해킹에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문구가 떴지만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청와대를 해킹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장은 “어나니머스가 6·25 공격을 꾸준히 예고해 온 만큼 북한의 공격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3000여명의 사이버전 전담 부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니머스, 북 인사 개인정보 공개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주요 웹사이트를 공격하고 이날 오후 일부 북한 고위직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맞아 북한 웹사이트 46곳에 대해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예고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어나니머스코리아의 한 회원(@Anonsj)은 오전 10시15분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서 운영되는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 주소와 함께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탱고다운’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로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와 ‘고려항공’ ‘민족대단결’ 등 주요 웹사이트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 웹사이트는 실제로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킹을 통한 사회운동 ‘핵티비즘’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사퇴, 자유민주주의 수립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 북한 인터넷을 해킹해왔다.

어나니머스는 이날 고려항공, 우리민족끼리, 광명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 핵심 관리자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을 포함한 정보다. 어나니머스는 이번 해킹 공격을 통해 미사일 정보 등 을 포함한 북한 핵심 정보를 유출해 위키리크스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오전 10시45분께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 ‘사이버위기 평가회의’를 열고, 사이버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