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도약 '軍 3.0시대'] 편한 카투사? 美 정예군 맞먹는 전투력 갖춘 성남 '탱고부대'와 동두천 '2사단' 카투사들
3시간 안에 주파에 실탄 사용 시가전 훈련도
"카투사 군복의 태극기를 볼 때 애국심과 자긍심 느껴"
"정신과 육체 잠재력 극대화시키고 영어공부까지, 국가가 보내준 미국 유학"
"계급은 그냥 얻지만 리더십은 땀으로 얻는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힘든 훈련 견디는 원동력"
카투사는 미군과 동일한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하기 때문에 일반 한국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경기도 성남의 탱고 경비중대와 경기도 동두천의 미 2보병사단에서 근무하는 카투사만큼은 예외다.
수도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탱고중대와 주한미군 중 최북단에 배치돼 있는 미 2사단은 훈련량이 한국군 특전사와 버금갈 정도로 힘들다. 미군과 의사소통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만점(2분간 팔굽혀펴기 100개, 윗몸일으키기 80개, 13~14분 내 3.2 완주)에 가까운 점수로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군 규정상 각 과목당 60점만 넘으면 통과지만 탱고부대와 미 2사단은 90점을 넘어야 한다. 1년 중 절반 가까이 야전에서 각종 전투훈련을 실시한다. 매년 열리는 ‘우수보병휘장(EIB) 시험’이나 ‘최고 전사 경연대회’는 완전무장 상태로 20km를 3시간 내 행군, 소총을 물 위로 든 상태로 25km를 3분 내에 왕복으로 수영해야하는 과목도 있다.
카투사는 일정 어학 점수만 취득하면 자원 입대 신청을 할 수 있다. 카투사들은 추첨 방식으로 자대를 배치받지만 탱고부대와 미 2사단에서 복무할 카투사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별도 심사과정을 거쳐 따로 선발한다. ‘카투사의 꽃’인 이들이 미 정예 육군보다 나은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다.
지난 19일 탱고부대 소속 카투사들은 미군과 함께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를 수색하며 적을 소탕하는 훈련이다. 오전에 모의훈련을 거친 뒤 오후에 실탄 훈련을 실시했다. 건물은 자연광을 최대한 줄여 어둡게 만들고 실제 전투상황과 비슷한 연출을 위해 스피커에서 총성이 흘러나왔다. 건물 복도는 2~3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이기 때문에 실탄 훈련을 할 때엔 영화 ‘제로다크서티’(미국 특전사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그린 작품)에서 특전대원들이 밤에 빈 라덴 은신처를 급습할 때와 비슷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침투훈련이 시작되자 7명의 병사들은 “복도 오른쪽 이상무!”, “오른쪽 첫번째 방 이상 무!” 등을 외치며 신속하게 건물을 수색했다. 마지막 방에 침투, “적군 2명 사살! 여성 1명 생포!”를 분대장에게 보고하며 8분 안에 임무를 마친다. 이 훈련을 지휘한 분대장은 작년 5월 입대한 카투사 홍상훈 상병(21)이다.
홍 상병이 편한(?) 자대를 마다하고 탱고부대에 지원한 것은 한 번뿐인 군 생활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홍 상병은 또 “카투사 복무를 통해 정신과 육체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자연스럽게 영어와 미국 문화를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국가가 1년 9개월간 미국에 유학을 보내주는 셈”이라고 지원동기를 설명했다.
이날 훈련 전체를 지휘한 델로스레이예스 중사는 “홍 상병은 탁월한 군 지식과 임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6년간 분대장 경험이 있는 미군 병장을 제치고 분대장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이어 “부대 내 카투사들의 복무성적은 매우 뛰어나다(excellent)”며 “한·미연합 전투력에서 카투사 병사들은 핵심적인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한국군과 달리 상병부터 부사관(NCO) 대우를 받는다.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부사관이 될 수 있다. 홍 상병은 “한국군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진급하기 때문에 미군들이 간혹 카투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계급은 그냥 얻을 수 있지만 리더십은 내가 흘린 땀으로 얻는다’는 각오로 임하니 미군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을 통해 부대원들을 통솔하면서 리더십을 배우고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 2사단 예하부대인 1전투여단 9보병2대대 A중대에서 분대장인 박민성 상병(22)은 자대배치 후 3개월만에 EIB 시험을 통과한 재원이다. 통상 부대 내 병사 중 10%만 이 시험을 통과한다. 박 상병은 “자대배치 전 카투사훈련소에서 태극기가 있는 군복을 받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꼈다”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힘든 훈련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파주=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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