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의회 권력…졸속 입법에 '경제 동맥' 식어간다
재계가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국회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어떤 법을 양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각종 규제를 담은 법이 쏟아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행위 자체는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지만 최근의 입법 활동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국회 상황은 입법 과잉”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닌데 관여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불합리한 ‘갑을(甲乙)’ 관계를 손보는 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건을 빌미로 여야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최대 10배의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법안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무턱대고 만들 수는 없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과잉 입법은 필연적으로 부실 입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 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원입법의 특성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난 기업에 연간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통과시켰다. 두 법안 모두 “시기상조”, “과잉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220분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은 환노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72분 만에 의결했다.

문제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과정이 되풀이될 여지가 크다는 데 있다.

여야는 내달 3일 국회를 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 강화), 금융회사지배구조법(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등 파급력이 큰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