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관계까지 물려받는 것 도움 안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모로부터 많은 걸 물려받았지만, 나쁜 관계까지 물려받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선친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자신과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대통령이라는 대를 이은 '특이한 인연'을 맺게된 것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의 악연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 동갑인 박 대통령과 자신의 삶에 대해 "같은 세월이지만 다르게 살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 선친은 박 전 대통령의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던 김 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다.

취임 직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는 없고 관행대로 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꼭 그럴 필요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깊이 생각해볼 걸 그랬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을 염색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엔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전당대회 과정에서 몇몇 대의원들이 염색 약속을 하면 지지하겠다고 했지만, 겉모습으로 정치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당내 일각에서 김 대표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는데 대해 "저는 정치적 야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고, '내조의 여왕'으로 불리는 부인 최명길 씨에 대해선 "억척이다.

어떻게든 도와주려 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으로 그 권한이 한층 강화된 데 대해선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시간여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여유있고 차분하면서도 비장하게 위기에 처한 '민주호(號)'의 키를 쥔 선장으로서 당의 혁신과 결속을 추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민주당이 위기라고들 한다.

당의 재도약 가능성은.
▲ 충분히 자신한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위기다.

답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민주당은 여러 번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저력이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덤벼보는 거다.

--독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혁신은 어떤 모습인가.

▲ 사람, 정책,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계파주의를 극복하고 하나로 뭉치는 사람 혁신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정책 제시가 정책 혁신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당민주주의 실천이 정치혁신이다.

--인선에 중점을 둔 부분은.
▲ 당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를 사무총장에 기용한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없다.

금방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중용했다.

탕평과 혁신은 그다음이다.

--염두에 둔 지명직 최고위원이 있나.

▲ 당 안팎에서 찾고 있다.

우리 당이 변하고 있다는 혁신 의지를 보여줄 사람이면 좋겠다.

애정을 갖고 민주당에 쓴소리를 할 사람도 필요하다.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에 거는 기대는.
▲ 잘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청와대에서도 같이 일해서 팀워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서울 출신이다.

호남이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 모두 호남이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유권자 지역이었다.

그분들의 뜻이 포함된 결과다.

수준 높은 정치의식으로 누가 민주당을 바로 세워 이기는 당을 만들지 판단했다고 본다.

--대탕평과 화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를 생각한 적은 없나.

▲ 그런 걸 무시하는 게 대탕평과 화합이다.

대탕평은 계파 안배와 다르다.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모시는 거다.

문재인 의원에게 '역할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하는 게 맞다'고 했고 문 의원도 동의했다.

계파 문제에 파묻히기 보다 목표를 정해 매진하면 자연스레 일체감이 형성될 것이다.

--요즘 내세우는 '을(乙)'을 위한 정당'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 민주당은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사회적 지위가 균등하지 않아서 갑을 관계가 발생하지 않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목표와도 맞아떨어져 과감하게 추진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야당 당수를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2대에 걸친 인연이다.

▲ 내가 진행하던 토크쇼에 수필가 자격으로 출연해 얘기를 나눴다.

클로징 멘트로 '제가 박근혜 씨하고 동갑인데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다르게 살았다.

박 씨가 청와대 안주인 노릇할 때 저는 긴급조치로 감옥에 간 아버지 면회로 세월을 까먹은 사람이다.

그런 우리가 한 시간이나 얘기하는 건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많은 걸 물려받지만 나쁜 관계까지 물려받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송수경 박경준 기자 bingsoo@yna.co.krhanksong@yna.co.kr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