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4 전당대회을 계기로 당의 주도세력에서 밀려난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면서 여러 갈래로 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를 정점으로 한 당내 '신(新)주류'와의 관계,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친노의 '세포분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친노인사들은 '친노'라는 계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친노 핵심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여의도 정치권에서 말하는 소위 계파, 보스 개념의 친노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친노'를 제외한 정치권에선 '친노'를 하나의 정치적 파벌로, 특히 작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 제1야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를 좌지우지했던 주도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이후 패배의 책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친노진영에 돌렸다.

이번 전대에서 비주류였던 김 대표가 당선되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노인사가 배제된 것도 그 여파라고 할 수 있다.

당내에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절감하고 있는 친노 진영은 당분간 '자숙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가운데 친노진영 내부에도 여러 입장이 있어 새로운 활로 모색에 있어서는 몇 갈래 서로 다른 목소리와 행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김한길 대표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김 대표체제에 불신을 품고 있는 '강경파'와 김 대표 체제에 우호적인 '온건파'로 갈라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 출신 및 이해찬 전 대표 직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10여명 정도가 '친노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전대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윤호중 의원을 적극 지지하며 세결집을 시도했었다.

반면 상당수 범친노 인사들은 대표 경선 과정에서 한발짝 떨어져 중립을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친노와 범주류 인사들은 "당의 재도약을 위해선 김한길 대표체제가 성공해야 한다"며 벌써 김 대표 쪽으로 '전향'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김한길 대표는 전날 대변인에 '친노'로 분류돼온 배재정 의원을 임명했다.

이처럼 김 대표가 탕평 인사를 내세워 포용에 적극 나선다면 친노 가운데 상당수가 '신주류'와 거리 좁히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럴 경우 '강경파'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5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가 단일대오로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를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을 놓고도 내부 균열이 감지된다.

친노 강경파는 안 의원에게 적잖은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지난 대선 때 출마했던 문재인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스탠스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 불리는 안 지사는 이날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며 안 의원의 입당론을 폈다.

민주당과 야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인 안 의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친노 인사는 "차세대 주자인 안 지사와 문 의원이 이제 '선의의 경쟁관계'로 들어섰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대 전날인 지난 3일 민주당을 탈당한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참여 배제 결정으로 합당정신과 대선공약을 어겼다"며 당헌·당규 개정과정에 김한길 대표 지지측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것을 탈당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는 대선패배 친노책임론 등에 대해선 "낭패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한 뒤 "(민주당이)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당내에 많다"고도 언급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 문 전 대행은 "일단 당 밖에서 시민정치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연대를 위한 촉매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노 진영은 오는 23일 예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를 기해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정치적 진로나 행보를 놓고는 예전처럼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은 응집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환경만 조성된다면 언제든 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주변에선 1차적으로 김한길 대표 체제가 성공적으로 당쇄신을 이뤄내고 10월 재·보선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며 야권의 주도권을 회복하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