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경기부양과 무관한 사업 '수두룩'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추경 편성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에는 미흡하다는 국회 공식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추경안의 최종 심사권을 가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수석 전문위원들이 23일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연내 예산 집행이 어려운 사업들과 당장 예산을 편성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지적된 사업들이 상당수여서 향후 각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 최종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적자 국채를 재원으로 편성하는 추경이 시급하지 않거나 엉뚱한 사업에 쓰일 경우 민생경제 활성화는커녕 국가 재정만 축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220개 세부사업 가운데 집행 가능성이나 사업 계획, 예산 규모, 법적 근거 등에서 71개 추경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R&D 사업, 경기부양까지 시차 커

예결위의 추경안 검토 보고서에는 11개 상임위 소관 정부 부처들의 세부 사업별 세출 예산 항목이 들어가있다. 수석 전문위원들은 △경기부양 효과 △연내 집행 가능성 △사업 시급성 등을 기준으로 각 사업의 예산 규모와 추진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달았다.

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50억원 증액 편성한 소재부품 및 사업화 연계 연구ㆍ개발(R&D) 사업을 문제삼았다. R&D 사업은 과제당 사업 기간이 2~3년 걸리는 등 경기부양까지 시차가 크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이 증액될 경우 예산 집행이 중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목적으로 100억원을 신규 편성한 글로벌 헬스케어사업에 대해선 추경 편성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고 잠정 결론냈다.

향후 의료계 종사자 및 투자사업자 등 일부 계층에만 수익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로 충격을 받게 될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 출자에도 제동

국책은행의 출자나 각종 기금에 출연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 예산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이번 추경예산에 산업은행지주와 기업은행에 200억원, 수출입은행에 1000억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에 총 1200억원을 편성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는 산업은행지주와 기업은행 등은 이미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고, 출자하더라도 현물출자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기금도 당장 출연금을 더 낼 만큼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국회는 판단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 130억원 예산 외에 100억원을 추경으로 더 달라는 기가코리아 사업도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시급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래부 스스로 이 사업의 연구용역이 5월에 끝나고, 9월부터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추경의 긴급 편성 요건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정호/김재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