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김정은에 압력"…다른 전문가는 "선전용 엄포"

북한이 5일(현지시간) 평양 주재 외국 공관들에 직원 철수를 권고한 것과 관련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북한의 전쟁 도발 위험이 아주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그동안 계속돼온 선전용 엄포일 뿐이란 해석도 나왔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 발레리 슈냐킨은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선제 공격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며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 직원 철수를 권고하고 동해안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이동 배치한 것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혼자서 모든 국제사회와 맞서 싸우는 것은 국가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현 상황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슈냐킨은 최근 북한의 공세적 행보는 군부 실세들이 북한 새 지도자인 김정은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훈장이나 메달이 그리워진 군부 실세들이 김정은에게 나팔을 불고 있다"며 "젊은 지도자가 그들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슈냐킨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일련의 행보가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체제 이미지와 권위를 높이려는 허풍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도 북한의 외국 공관 철수 경고는 실질적 위험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프로그램 소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북한 외무성 통보는 그동안 계속돼온 선전전의 일환"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남북한이 속한 러시아 외무부 아주1국 부국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톨로라야 소장은 "북한 정권은 시끄러운 성명과 집회,
군사력 과시 등에 머물지 않고 자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에 공관을 둔 나라들에 상황이 실제로 아주 심각하며 곧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이런 행동은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을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관련국 외무부는 이제 주의 깊게 상황을 검토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정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톨로라야는 그러면서도 "어떤 나라도 외교관 철수와 같은 심각한 조치를 곧바로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다른 어떤 조치는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