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비생산적…어떻게 北 억제할지 알고 있어"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역시 노련한 외교관이었다. 성 김 대사는 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연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연사로 참석, “한·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그는 “한·미 동맹은 안보,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양국 국민 간의 교류, 경제 분야 등 네 가지 축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한국과의 관계가 미국의 전략적 재균형 정책 토대가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미 원자력협정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답을 피해갔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비생산적…어떻게 北 억제할지 알고 있어"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유일한 성과는 개성공단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어떤가. 개성공단 상품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외 가공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을 미국이 주저하는 이유는.

▷성 김 대사=미국은 남북 간 건설적인 대화를 지지하며 개성공단은 건설적인 대화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에도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는 방증이다. 장기적으로 개성공단은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개성공단 생산품 인정 여부는 민감한 문제다. 양국 정부가 나중에 논의하기로 미뤄둔 상태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알고 싶다. 미국이 최근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는데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면서 동시에 (경색 국면을 벗어날) 출구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성 김=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모든 우려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충실히 이행할 책임이 있다. 출구 전략 관련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분명하게 ‘진지하고 생산적인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단순히 대화만 하기 위해 급하게 대화에 나서는 것은 원치 않는다. 북한이 책임 있는 협상 파트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북한을 십여차례 방문했는데 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난 적이 있나.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

▷성 김=김정일 부자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 김정은이 보다 책임있고 국제규범에 맞는 행동을 하길 바랐지만 이들 부자 모두에게서 책임있는 반응을 얻지 못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회 일각에서는 억제력 강화를 위해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성 김=미국은 한반도 방위조약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며 한·미 연합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의 특정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억제가 필요한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생산적이지 않다.

▷강석인 언스트&영한영회계법인 부회장=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수십년간 300㎞로 묶여 있다가 지난해 한·미 미사일협정이 개정되면서 800㎞로 늘어났다. 미국이 한국의 국방 주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김=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대해 한국에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한·미 간에 매우 긴밀하고 협력적인 노력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주입한 과정이 아니었다. 그 결과 긍정적인 결과물이 도출됐다고 평가한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중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오피니언 리더로부터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가까운데 정치·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친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 김 대사가 생각하는 한·중 한·미 관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

▷성 김=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미는 민주주의 FTA 인권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한·중 관계에는 없는 요소들이다. 한국과 중국 역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한·중 관계가 좋아진다고 우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미·중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미·중 양국이 동시에 용인하는 한반도 통일은 힘들 것 같아 보인다.

▷성 김=중국과는 앞으로도 강력하고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자 한다. 미국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중국 지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려는 것이다.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가 채택된 것도 중국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미국은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이 결의안을 완벽하게 이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책임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장종현 부즈앤컴퍼니코리아 사장=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는 중국과 논의할 때 우선순위가 아니지 않나.

▷성 김=한반도 문제가 여러 사안 중 맨 끝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 문제는 중국과의 대화에서 우선순위에 속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해 그동안 명확하고 일관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최근 미국 내에서 이민법 개정이 이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성 김=외교관은 국내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주요 사안이기에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비생산적…어떻게 北 억제할지 알고 있어"
조수영/고은이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