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18조원 규모의 기금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정 용도로 사용돼야 할 기금이 심의도 거치지 않고 일반회계로 전용되는 등 부실한 기금 운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전행정부는 지자체 기금 일몰제 적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설치된 재난·재해기금 등을 제외한 모든 기금의 존속기한을 5년으로 둬야 한다. 존속기한을 연장하려면 각 지자체에 설치된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2006년 지자체기금관리기본법 시행 이후 설치된 기금에 대해서만 일몰제를 적용하도록 해 기금 정비의 실효성이 약했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성된다. 예산과는 별도로 특정한 분야의 공공 사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거나 사업 추진에 있어서 탄력적인 집행이 필요한 경우 개별 법률에 근거해 기금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지자체 기금은 2007년 2229개에서 2011년 2409개로 증가했지만 규모는 2007년 기금별 평균 규모가 93억원에서 2011년 75억원으로 작아져 재정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규모는 작아도 기금의 종류와 수가 많아 전국 지자체 기금은 18조원에 달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지자체가 특정 기금을 일반회계 부족분을 메꾸는 데 전용해 건전한 지방재정을 저해하고 있다며 최근 안행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용철 안행부 재정정책과장은 “작은 규모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기금을 과감하게 정리해 예산으로 돌리는 게 지자체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장은 5년 단위의 기금정비 계획을 매년 작성해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뿐만 아니라 안행부는 기금을 지자체 금고 은행에 보관, 정보시스템을 통해 지출하도록 함으로써 기금의 수입·지출 관리를 강화하고 기금운용계획의 임의변경범위를 기금 규모의 50%에서 20%로 축소했다. 지자체장이 필요한 경우 안행부 장관에게 요청해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해 유사·중복기금에 대한 통폐합 근거도 새로 마련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