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44일째 표류 중이다. 협상 당사자인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다.

김기현 새누리당·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정부조직법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이 없었다. 만남을 둘러싸고 양당 간 비난전까지 더해졌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14일) 민주당이 양당 수석부대표 간 회담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사전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무례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민주당의 결례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민주당이 자신들 마음대로 새누리당에 숙제를 내고 해오라 발표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협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언론플레이’ ‘습관적 거짓말’ ‘이중플레이’ 등의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쪼다 여당’이라고 맞받았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위해 대안을 준비하고 또 조속한 타결을 위해 먼저 만나자고 하는 쪽은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이라며 “마치 야당이 여당 같고 여당이 야당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지금 새누리당은 재량권 없는 식물여당이 됐다”며 “야당도 하지 않는 길거리에 현수막을 거는 등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양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쟁점이 종합유선방송(SO)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느냐,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대로 두느냐로 좁혀진지 오래다.

하지만 이한구 새누리당,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등 협상 실권을 쥐고 있는 지도부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김기현(새누리) 우원식(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권을 쥐지 못한 상황에서 협의만 이어가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온건파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양보를 주문하고 있지만, 협상을 총괄하는 원내지도부의 벽에 막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는 민주주의에서 최고의 행위고 대통령도 정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원내지도부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까지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새 정부 출범하고 2주가 지났고,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민생이 어려운데 우리가 통크게 양보할 수 없는가”라며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양보론을 제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이해할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부분을 갖고 정치권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여당은 인내심이 없이 무능함을 보여주고, 야당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후/이호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