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0년 역사' 비판적 인식 속 새로운 돌파구 모색
'중국과 북한 호응' 변수…현실성 여전히 의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대북 정책과 관련해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우선 그는 "우리는 나쁜 행동에 보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해왔다.

갑자기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는 식량 원조나 다른 양보를 얻어간다.

그리고 나서는 테이블로 돌아와 약간 협상하는 척하고는 지루해지면 도발적인 행동을 또 시작한다.

우리는 그런 패턴을 깨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 20년간의 역사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을 잘 말해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 국민을 억압하는 정권은 호전적이고 때로 자가당착에 빠지며 매우 위험한 짓을 한다.

그게 항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다.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조처는 많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잇따라 공개된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의 언급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 7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선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섯가지 대북 정책의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둘째 미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셋째 미국은 북한이 단순히 대화에 복귀하는 것에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넷째 남북관계와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북한과의 근본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다섯째 북한이 주변국을 도발할 경우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11일에는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뉴욕에서 다시 한번 '4가지 원칙'이라며 유사한 내용을 다시 소개했다.

이 가운데는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개발시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 포함돼 있다.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 뿐 아니라 핵무기나 핵물질을 다른 나라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중대한 위협이고, 이에 따라 북한은 그 결과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더 좋은 길을 선택하도록 계속 독려할 것"이라며 북한이 태도를 변화하면 미국은 "진지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지난 20년간의 학습효과가 얼마나 미국을 피로하게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실질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주목하는 변수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중국과의 협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계속 참아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실제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꿨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어찌보면 미국의 희망사항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20년간 대화도 해보고, 압박도 가해봤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에 대한 '마지막 수단'이 바로 중국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2기 출발과 함께 더 위협적인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미국에 골치 아픈 안보현안"이라면서 "중국을 확실하게 견인해 북한이 운신할 수있는 폭을 좁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북한에서 떼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미국은 북한을 향해 '버마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닐런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불끈 쥔 주먹을 푸는 나라들에는 손을 내민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에 의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버마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나 도닐런 보좌관의 발언은 살짝 틀어보면 북한에 대한 유효한 카드가 별로 없는 미국의 곤혹스런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른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자국에 대한 포위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설혹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협조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미국의 희망이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