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1일 귀국하면서 안 전 원장 측 인사들과 민주통합당 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밝힌 안 전 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간 ‘단일화 비화’가 발단이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원장이 문 전 후보에게 자신이 (민주당에) 입당할 테니 후보직을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문 전 후보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전 후보 측은 “입당론을 줄곧 ‘정치음해’라고 주장해 온 안 전 원장이 그런 제안을 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문 전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단일화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협상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 ‘단일화 비망록’을 갖고 있다”며 “안 전 원장 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전 원장 측이 ‘미래 대통령은 자신’이라고 말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후보 사퇴 뒤 유세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열흘가량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 전 원장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문 전 후보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안 전 원장 측이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나라 미래 대통령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날 “지난 총선부터 대선까지 야권의 화두가 통합과 연대였지만 그 결과는 나빴다”며 “결국 쇄신이 통합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월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와 관련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원인인)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 사건을 기소한 노무현 정부나 법원 판결이 나온 이명박 정부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인사가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