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간 극심한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태도가 완강한 가운데 국정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협상력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돼 '내우회환'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당 지도부 내부의 파열음까지 나오면서 지난해 대선패배 후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며 구심점 없이 지리멸렬해 진 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협상의 수장으로 옆에 앉아있던 박기춘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해 각각 직권상정과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3대 선결요건을 언급한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향해 "여우와 두루미식으로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안(案)을 그만 내달라"고 비판했다.

공개석상에서 무방비 상태로 무안을 당한 박 원내대표는 순간 얼굴이 굳어지는 등 회의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박 원내대표가 3대 선결조건을 내놓는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다.

원내지도부 내에서도 이에 대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전날 고위정책회의에서 3대 선결조건을 비공개로 새누리당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으나, 이에 앞서 우 원내수석은 브리핑에서 "SO (종합유선방송) 인·허가권을 놓고 거래하지 않았다"고 밝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도 3대 선결조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는 등 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분열상을 보였다.

3대 선결조건을 내건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원내지도부를 누가 조정하는 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눈초리가 따갑다.

여기에 애초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문제는 야당에 부담이 많이 가는 문제여서 지도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양보를 요구했다.

다른 초선의원도 "이미 방송통신위 체제에서도 방송이 장악됐는데, 방송정책의 이관을 막는 게 크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원내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개인적으론 3대 선결조건을 내건 데 대해 반대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꿈쩍도 안 하는 상황에서 오죽했으면 그런 제안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공세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북한의 벼랑끝 전술로 비상인 시국에서 집권여당이 벼랑끝 전술을 택해서 되겠느냐"라며 "야당은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려고 물러섰다.

대통령이 그 기회를 붙잡기 위해 손만 내밀면 된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의원도 "박 대통령이 야당 압박수단으로 국무회의 개의 요건에 미달되게 7명만 임명하는 꼼수를 부린다"면서 "꼼수의 여왕", "국무회의를 볼모로 한 희대의 인질극"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박경준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