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는 “민주통합당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안 되는 것은 야권 배후세력(당 안팎에서 강경 주장을 일삼는 집단)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협상한 것은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6일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에선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며 “당분간 시간을 갖고 냉각기를 갖는 게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최대 쟁점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 관련 관할권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방송 장악 주장은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마지막 협상 쟁점인 유료방송채널의 관할권이 어떻게 방송의 공정성과 관계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유료방송채널은 방송프로그램을 받아 그냥 틀어주기만 하는 채널로, 공정성과 상관이 없다는 건 방송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다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해결하자고 중립성 제고 방안을 제안했더니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과 다른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과 4대강 국정조사, 언론청문회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개편안에 문제가 있으면 그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함에도 다른 걸 끼워팔기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런 야당의 태도 때문에 국회선진화법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바뀌지 않는 한 국회선진화법이 있으면 정부는 4년 내내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른바 식물국회론이다.

그는 “최근까지 한 협상안도 창조경제로 가는 원안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젊은 층이 원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는 건데, 방송과 통신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이쪽 기술은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도 심한 상황에서 이 분야를 정치싸움이 많은 방통위에 넘기면 블루오션을 포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시간을 갖고 민주당과 청와대의 입장을 좁혀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선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느라 협상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충분히 재량권을 갖고 협상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3일 합의문을 다 작성해 놓은 상황에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왔다 간 뒤 협상을 깼다고 민주당은 근거 없이 주장하지만, 협상은 민주당이 구두 합의를 지키지 않아 결렬된 것이고, 그건 이 정무수석이 다녀가기 전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답답한 마음을 100%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시기상 협상에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朴대통령 '소통 부재'가 화근…여야 합의안 靑이 뒤집은 것"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사진)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근본 원인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일 밤 양당 원내대표 간 협상 결과 합의문까지 작성하고도 결국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당시 민주당이 작성한 합의문 초안이 최종 수정 작업을 위해 여러 차례 양측을 오고 가던 중 돌연 사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때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당 원내대표실에 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결국 청와대가 개입해 양측 간 합의를 뒤집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새롭게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를 위해 김재철 MBC 사장 사퇴 등 3대 조건을 내건 이유에 대해 “일반 국민은 물론 당내 일각에서 원내 지도부가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라며 “꽉 막혀 있는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 원내대표로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가 내건 3대 조건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방송통신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 △개원국회 때 여야가 합의한 언론 청문회 즉각 실시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 재개 및 퇴진 등이다.

그는 당 전체의 이익보다 당내 일부 계파의 주장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민주주의 핵심 가치로 우리 당의 정체성과 연관된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언론 청문회는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데다 공영방송 대표의 임명 요건을 강화하고 각종 비리가 드러난 김 사장을 퇴진시키자는 간단한 요구안을 박 대통령이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3대 조건이 충족되면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가 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할권을 원안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데 대해 “현재 정부조직법 외엔 시급한 현안이 없지 않느냐”며 “국회를 열어놓으면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상당 부분 제약하는 만큼 (임시국회 개회보다) 원포인트 국회를 여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굳이 임시국회 개회를 강행한 것은 현재 체포동의안이 접수돼 있는 동료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식물국회’ 타개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손보겠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는 “지난해 이 법안을 주도해 통과시킨 분이 바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이제 와서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이를 개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