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정부' 현실화할듯…靑 "소득없이 3월 국회가면 비상대책 강구해야"
2주 연속 국무회의 안열려…사실상 '靑수석 대행체제' 관측도
국민피해 이어져…정치력 실종·정파 이기주의 비판 거세질듯

미래창조과학부 핵심 기능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불거진 정국 파행이 새 정부 출범 9일째이자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5일에도 지속되면서 국정공백 장기화가 현실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 대신 '수석비서관 회의' 등 사실상 '비상국정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치권, 특히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이처럼 브레이크 없는 '강 대 강'의 충돌을 빚음에 따라 국정 파행은 불가피해졌으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됐다.

'식물 정부'가 현실화함에 따라 경제ㆍ안보위기의 대응과 일자리 창출과 복지확충 등 민생은 뒷전으로 방치된 양상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의 민생을 볼모로 한 정쟁, 정치력 부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고조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4일 막판 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과 관련한 법률 제개정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놓고 심야까지 협상을 거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오늘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3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내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고 언급한 대로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식물정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17개 부처 장관 내정자 중 이날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되는 인사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8명에 불과하다.

절반에도 못미친다.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는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국무회의가 열렸을 5일에도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이다.

대신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만이 열렸을 뿐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협상 타결을 바라고 기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국정계획'을 마련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태양이 뜨면 내일의 태양에 맞게 또 (생각)해야지"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오늘 자정까지 협상 타결을 기다리겠지만 아무 소득없이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간다면 당연히 비상조치 같은 걸 해야 한다"면서 "국정공백과 인사공백, 특히 어제 박 대통령이 언급한 신학기ㆍ해빙기 안전사고 등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3월 임시국회를 열더라도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큰 만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내각의 경우,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장관들과 함께 임시적으로 국무를 챙기는 방안이나 청와대의 경우 허태열 비서실장이 주축이 돼 각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종의 '수석대행 체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수석실별로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긴장감을 갖고 맡은 바를 철저히 챙김으로써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8일째 만에 비상정국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놓고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안으로 물고 늘어져 정권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잘못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중간 과정인 정치를 묵사발 내는 것으로 앞으로 국정운영에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야당 지도부의 퇴로도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일단 야당도 여론의 동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만큼, 비상 상황이 오래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