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전 산업 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구상이 출발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창조경제를 담당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영역을 놓고 여야가 한 달 넘도록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다 초대 미래부 장관 후보로 지명받은 김종훈 후보자(사진)가 ‘정치권의 난맥상’을 이유로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4일 오전 갑작스레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제가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길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살아있는 벤처신화’이자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아이콘’으로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서 가장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른바 ‘3류 정치’에 실망했다며 자진 사퇴하자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충격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 모셔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로부터 사의를 전달받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의 뜻이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박 대통령은 조만간 후임자 인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책임지는 브랜드 부처로서 무게감이 큰 데다 박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을 감안하면 적임자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후임자를 찾더라도 여야 합의로 국회 인사청문회 날짜를 잡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미래부의 정상 출범은 4월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미래부의 조직 구성과 업무 준비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