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전략 차질 불가피…'안철수 신당' 휩쓸리면 존립기반 위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정치재개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속내가 매우 복잡해 보인다.

민주당이 안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단일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안 전 교수와의 관계설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당이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는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를 지원한 제1의 원군이지만 앞으로는 민주당의 협력적 파트너보다는 당의 원심력을 키우는 경쟁적 관계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안 전 교수의 4·24 재보선 출마는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재보선인 만큼 필승 전략이 절실하지만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인해 재보선의 구도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안 전 교수가 가세하면 전통적 양자 대결구도가 새누리당, 민주당, 안 전 교수 등 3자 구도로 전환되고 이는 야권 표심 분산으로 이어져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노원병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내야 할지를 놓고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후보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한 것에 대해 대선 정국에서 아무런 배려가 없었다"며 "이제 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민주당이 안 전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동철 비대위원은 "안 전 교수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것은 노원병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야권을 대표하는 정당인 민주당과 상의도 없이 출마를 결정한 것도 오만한 태도"라며 정면승부 필요성을 거론했다.

설훈 비대위원도 "안 전 교수가 지역갈등 구도타파의 선봉장이 되고 새 정치를 하려면 부산 영도 출마가 필요한데 노원병 출마 선언은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안 전 후보가 귀국하면 출마지역을 어디로 선택할지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 전 교수가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경우 정치권의 새판짜기에 휩쓸리면서 자칫하면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패배 책임론과 5·4 전당대회 당권을 둘러싸고 친노·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안 전 교수의 등장은 당의 원심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 전 교수와의 관계설정 자체가 전당대회 당권경쟁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서는 당장 안 전 교수 지지로 이동하는 인사들이 나오진 않겠지만 4월과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안철수발 정계개편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일러야 10월 재보선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깨고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으로 등판시기를 앞당긴 것은 향후 정국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해 민주당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서는 한두 달 전만 해도 20∼30명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안 전 교수를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몇 사람이 움직이면 당이 요동을 치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빅뱅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내분과 무기력함이 안 전 교수의 조기 등판을 불러왔다는 자성론도 드세다.

민주당이 안 전 교수와 협력하기 위해 정치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대선 이후 갈등과 대립의 정치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대선 이후 새로운 길을 전혀 만들지 못한 민주당이 안 전 교수에게 대문을 열어준 셈이 됐다"며 "안 전 교수의 신당 창당 여부와 그 속도는 민주당의 쇄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철저한 쇄신과 혁신을 주문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의 모습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안 전 교수가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 수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안철수 효과'를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