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24 재·보궐 선거 출마로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처리를 놓고 구태 정치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 불신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새 정치를 기치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 전열 정비도 하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충격에 빠졌다.

안 전 원장 측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와 정치적 배경에 대해선 안 전 원장이 (10일께 귀국한 뒤) 직접 얘기할 것”이라며 “그때 새 정치 의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노원병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전 원장의 직접 출마보다는 측근들의 출마에 무게가 실리던 상황에서 안 전 원장이 직접 출마라는 ‘풀베팅’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안 전 원장의 ‘시즌2’ 정치 행보를 앞두고 조기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주도한 최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대선 캠프 총괄 역이었던 박선숙·김성식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뒤로 빠지고 최근 송 의원과 장하성 전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비롯해 조광희·강인철·금태섭 등 변호사 그룹이 전면에 나서는 등 라인업이 재조정됐다.

안 전 원장 측근들의 출마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 영도에 김성식 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됐으나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라 승산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도 송 의원은 “안 전 원장의 출마와 신당 창당을 직접 관련시키는 것은 조금 이르다”며 언급을 삼갔다. 민주당 및 진보정의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해서도 “아직 각 당의 후보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논의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의 출마 소식에 5·4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했다. 대선 평가나 당 혁신 방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치판 전체를 흔들 변수인 안 전 원장의 재등장이 민주당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가장 강한 충격으로 봐야 한다”며 “야권 재편 등의 문제가 당장 코앞에 다가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원장이 당선되고 국회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다른 의원들과 소통하고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당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원심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당장 노원병 선거구에 후보를 내야 하느냐를 놓고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정계 진출에 성공했지만 대선에서 실패한 ‘제2의 문국현’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없진 않다.

새누리당에서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대표의 부인으로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지선 씨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