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신임 국무총리는 27일 “국민이 뽑은 정부가 제대로 출범할 수 있게 국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정 공백 사태가 초래된 데 대한 유감 표명으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있으니 철학에 맞게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해보라고 맡기고, 일을 한 뒤 평가를 해야지 처음부터 평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28일 국회를 방문,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부가 창출되고, 거기서 창출된 부가 골고루 나눠지는 선순환의 복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리 역할과 관련해서는 “각 부처는 장관이 책임지고 하는 것이 맞다”며 “총리의 역할은 정부를 통할하고, 정부부처를 지휘·감독해 각 부처가 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일단 각 부처 차관 중심으로 국정 현안을 관리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임종룡 총리실장(장관급) 주재로 28일 각 부처 차관 회의를 긴급 소집해 각 부처의 현안과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떠나는 전 정부 장관들이 업무를 챙기기 어려운 만큼 차관 중심으로 공백 없이 물가와 국민 안전, 재정 운용 등 민생 현안을 관리하도록 하라는 취지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정 총리는 오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해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이 든 금일봉을 전달했다.

정 총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방문은 비공개 일정이었으며, 공보실 내부에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 총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비공개로 잡았다. 그의 기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업무를 시작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