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임식을 갖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국민 행복’이라는 새 정부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경제 부흥’을 제시했다.

시민과 사회단체들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올려달라”는 주문을 가장 많이 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노출된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백, 오륙도…‘일자리’ 한목소리

이날 오전 졸업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임효열 씨(26·행정학과 졸업)는 “졸업식엔 왔지만 아직 취업을 못해 마음이 편치 않은 동기생이 주위에 많다”며 “박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젊은이들에게 약속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만큼은 잊지 말고 꼭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1년6개월간의 취직 준비 끝에 올초 대기업에 입사한 조준하 씨(27·정치외교학과 졸업)도 “대학을 졸업한 20대들이 희망을 품고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김성주 씨(66)는 “택시 경기는 서민경제의 ‘풍향계’인데 내수가 침체되면서 택시업계는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인 15년 전보다도 월 수입이 40~50% 줄었다”며 “우리 같은 서민들의 못 살겠다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전 퇴직한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태권 씨(59)는 “50대 이상 퇴직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새로운 일자리나 교육·봉사 활동에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최영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느냐가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개방경제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책과 사회통합 정책도 눈여겨보겠다”고 말했다.

○민생 불안 해소와 소통도 주문

보육·교육비, 집값, 노후 대비 불안 같은 민생 불안을 덜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주부 김신영 씨(44·서울 수유동)는 “하루아침에 전셋값을 20% 이상 올려달라는 바람에 이삿짐을 꾸리는 모습이 익숙한 동네 풍경”이라며 “전세가를 확실히 잡아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김정숙 씨(36·경기 남양주시)는 “다른 지역은 자녀를 둘만 낳아도 지원금이 나오는데 우리 동네는 그런 혜택이 없어 애들 유치원 보내기도 벅차다”며 “보육료를 현실에 맞게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결혼이민자로 공주시다문화센터에서 통·번역 지원 업무를 하는 허정자 씨(36)는 “결혼이민자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중시해온 ‘원칙’만 앞세우지 말고 좀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 혼자서 모든 걸 판단·결정하면 국정 실패의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라며 “다양한 견해와 경험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한 1600만 국민과 함께 경쟁자에게 표를 던진 1500만 국민을 끌어안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소통과 화합의 대원칙을 새롭게 견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팀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