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 내정자들은 18일 모두 말을 아꼈다. 간단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직 말하기 그렇다”며 입을 다물었다. 일각에선 ‘입이 무거운 이를 신뢰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나와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로 이동했다. 기자회견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이들이 자리를 옮기려 건물 밖으로 나올 때 질문과 응답이 이뤄졌다.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는 취재진을 피해 미리 당선인 집무실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언제 통보받았느냐’는 질문에 “그건 뭐 내가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며 “(통보받은 지는) 얼마 안 됐다”고 했다. 후속 인선 등을 묻자 “내정만 됐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아직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감한 질문에 “귀는 있는데 입은 없는 게 비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자가 나와 기자들에게 “열심히 하겠다”며 “앞으로 언론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악수를 청했다. 이 내정자는 자신이 내정된 이유로 “내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오랜 방송인 생활을 (박 당선인이) 참작한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불통 논란에 대해선 “박 당선인이 불통이라는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소통은 꼭 양쪽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맡은 방송사 PD 출신이란 경력에 대해선 “모든 프로그램은 재미와 감동이 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는 “저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느냐. 곧 국정과제 발표가 있어 그때 다시 인사할 기회가 있다”며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고만 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청와대 비서실 인선 결과를 “예스맨 인선, 대탕평 무시 인선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인선은 박 당선인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친박(친박근혜) 및 인수위 출신 인사를 청와대 주요 인사로 내정한 것은 쓴소리 할 참모가 아닌 예스맨으로 채우겠다는 의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허 내정자는 오랜 의정 활동을 하면서 박 당선인과 깊은 신뢰관계를 맺은 분으로 청와대 비서실을 잘 이끌면서 대통령을 훌륭하게 보좌할 수 있는 충분한 경륜과 정무감각을 갖춘 분”이라고 평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