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통합과 화합의 행보를 보였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기록된 그는 취임식에 조지아주 출신의 106세 흑인 할머니 앤 닉슨 쿠퍼를 초청했다. 오바마는 “이 할머니는 과거 노예 신세만 겨우 면했지만 검은 피부와 여자라는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미국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될 수 있다는 산 증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행사장 맨 앞자리에 앉은 유명 토크 쇼 진행자이자 흑인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는 흐느꼈다. 이어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한 힐러리 클린턴을 요직인 국무장관에 앉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두 번째 취임식의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여러 인종이 뒤섞인 미국을 하나로 묶어 난관을 극복하자는 취임 연설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미국의 가능성은 무궁하다고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오바마는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한 강력한 동맹의 중심이 될 것이며, 국가 간 갈등과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의 이런 생각은 공화당 출신의 전직 상원의원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에 지명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공화당원이지만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강에 반대했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서만큼은 강경 노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선군(先軍)정치’와 ‘벼랑 끝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대화가 통할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의 후원자였던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서도 불만이 크다. 한반도 통일이 머잖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진핑 정부에 설득시키는 게 어떨까 한다. 시진핑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고립이 깊어갈수록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통일의 프로세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ㆍ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