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가덕도에"…박근혜 "잘 알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소통 행보를 벌이고 있다. 인사 등 주요 현안을 앞두고 나홀로 칩거에 들어갔던 과거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쏟아졌던 ‘밀봉인사’와 ‘소통 부족’ 등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1일에도 서울 삼청동 안가(安家)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의원 10여명과 일부 무소속 의원이 참석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대구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에는 강원 지역 의원들과, 31일에는 경남 지역 의원들과 각각 점심을 먹었다. 특히 31일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당 소속 의원들과 지도부를 만나는 강행군을 벌였다.

박 당선인이 잇따라 의원들과 만나는 것은 후임 총리 인선 등 조각을 앞두고 당내 의견을 두루 들어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 후보자의 지난달 29일 자진 사퇴 이후 인선 절차와 검증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나홀로 인선’ 스타일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이날 부산 지역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는 전날까지 이틀 연속 언급했던 인사청문회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 현안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이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에 유치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이 부산 유치에 대한 확답을 준 것은 아니라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부활되는 해양수산부 위치에 대해서도 의원들이 ‘부산에서는 부산으로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박 당선인은 ‘제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죠’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의원들이 “해수부 기능 강화를 위해 조선, 해양플랜트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고 하자 “그 의견을 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자 박 당선인은 “상대방 카운터 파트너가 통상전문가고, 협상하고 나면 협상결과에 따라 우리 산업에 영향을 줘야 한다”며 “그래서 산업통상이 맞는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미국 의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안을 채택한 이후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추가도발을 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만일 추가도발이 있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정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태훈/도병욱/이현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