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최근 언론 보도에) 충격을 받아 졸도까지 했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일 자신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면서 그동안 속앓이를 했던 심경을 이같이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4일 저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만 해도 일반적인 평가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제 두 아들의 병역 관계와 재산 문제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급전직하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말이 끼어 있다 보니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어려워 시간이 다소 지체됐다”면서 “그 사이 저희 내외는 물론 제 자식들, 심지어 어린 손자녀들까지 (언론이) 미행하며 부정입학 여부를 추궁하고 학교에 찾아가 마치 범죄인 다루듯 조사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 밖에 일일이 밝히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 가족들이 신경쇠약은 물론 이런저런 충격에 졸도까지 했다”며 “저는 물론 자녀들의 가정까지 파탄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추측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총리 후보에서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 제기된 일체의 의혹에 해명하지도 못하고 지난달 29일 저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자 이제 박 당선인이 저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비난으로 확대되면서 새 정부 출범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해명할 수 있는 것은 해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장·차남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 “저 스스로가 세 살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되면서 군에 입대하지 못한 게 한이 됐었다”며 “저희 내외는 두 아들이 현역병으로 입대한 늠름한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에서 집중적인 의혹이 제기됐던 장·차남 소유의 서울 서초동 부동산에 대해 “1975년 8월 모친께서 종손을 위해 사주신 것으로 당시 증여세가 미납된 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납부할 수 있는지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뒤늦은 해명 자료를 내놨으나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확인해준 측면도 없지 않다. 게다가 “주말이 끼어 있어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어려웠다”는 그의 발언 자체가 사전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