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갑작스런 낙마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됐다. 새 정부가 제때 출범(2월25일)하려면 인사청문회 등을 감안,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조각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총리 인선부터 다시 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시간 맞추기는 어려워졌다.

때문에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에서는 무엇보다 ‘청문회 통과여부’가 최우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측 관계자도 “검증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만큼 명망있는 후보군 중 청문회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1순위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자연스럽게 몇몇 인사들로 후보군이 압축된다. 박 당선인 주변 인사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있다. 안 전 대법관은 2006년 임용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점에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당선인의 인선 기준에도 부합하고 대선 기간 같이 일해본 경험도 있어 현 시점에선 여러 가지 면에서 최적의 카드라는 시각이 있다. 청문회 당시 공개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를 포함해 재산이 모두 3억4793만원(기준시가 기준)에 불과하다. 현 시가로도 5억원대 중반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때 하마평에 올랐던 김능환 중앙선관위원장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도 다시 후보군에 오른다. 김 위원장은 2006년 대법관 임명 당시 청문회를 통과했다. 당시 신고된 재산은 주택과 예금 등을 포함해 5억5814만원(기준시가 기준)이었다. 이 전 소장은 2007년 헌재소장 임명 때 청문회를 통과했다. 본인과 배우자 소유 부동산 등을 합쳐 재산 신고액은 총 33억9577만원(기준시가 기준)에 달했다. 목 전 재판관 역시 2006년 임명 때 청문회를 거쳤다. 재산신고액은 38억7255만원(기준시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경우 30일 선관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은 적이 없으며 제의가 오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도입(2000년) 이전 대법관으로 임명된 조무제 전 대법관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았지만 1993년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고위 법관 중 가장 적은 액수인 6400만원을 신고해 ‘청빈판사’라는 별명을 얻은 만큼 ‘안전한 후보’라는 평이다.

일각에선 현 김황식 총리의 유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남 법조인 출신으로 통합과 법치 확립의 적임자인데다 이미 총리로서의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법조인 출신 위주의 인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 비 법조인 가운데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적임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직 관료 가운데선 진념·전윤철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 최인기 전 의원 등이 여전히 거론된다.

정종태/이호기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