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역대 정부 가장 적은 특사"..'4대 원칙' 제시
'李대통령 책임' 거론한 朴당선인측과 갈등 재연 조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임기 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이 정치권 안팎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특사를 실시하면서 내세운 것은 '법과 원칙'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등이 지적한 대로 권한남용이 아니라 취임 초부터 일정한 기준을 세우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현 정부 들어 처음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사면에 대한 '4대 원칙'을 직접 설명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특사의 4대 원칙은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 제외 ▲중소ㆍ중견기업인으로서 경제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사회 갈등 해소 등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다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면을 실시함에 따라 역대 정부에서 가장 적은 특사를 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실제로 역대 정부 특사 사례를 보면 김영삼 정부 9차례(3만8천750명), 김대중 정부 8차례(7만321명), 노무현 정부 8차례(3만7천188명) 등이며 현 정부 들어서는 이번까지 7차례에 걸쳐 1만2천987명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사는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정치적으로 '보은 사면'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면에 포함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6인 회의' 멤버로서 현 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이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친구이기도 하다.

또 이 대통령 자신의 친구인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의 30억원 당비 대납 논란에 빠질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사면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원칙과는 달리 이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사건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08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법 질서를 엄정히 지켜나간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임기 중 발생하는 부정ㆍ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와 기업인을 불문하고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점과도 배치된다.

당시에는 '국민 대통합과 민생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 아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같은 재벌 총수들이 다수 혜택을 입었다.

이번 특사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특사 단행이 지난 주말부터 기정사실화 되자 박 당선인이 거듭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며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이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힌 데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양측은 지난 2007년 당내 대선 경선부터 2008년 총선 공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주요 고비마다 극심한 충돌을 빚어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사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그치고 비판의 수위를 계속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는 데다 갈등이 확산될 경우 서로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사면에 포함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의 경우 지난 2010년 친박연대가 여야 의원의 서명을 받아 사면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 등에 제출할 때 박 당선인도 동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박 당선인 측의 거듭된 반대에 내심 불쾌한 기류가 흘렀지만 "원칙적 입장으로 이해한다"며 대응을 자제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