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명하면서 김 후보자가 박 당선인이 대선 전 보장한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어느 정도로 행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헌법(제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행정 각부의 통할권을 갖고 있는 총리가 자신과 함께 일할 국무위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을 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역대 총리 가운데 실질적으로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체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먼저 청와대 비서실에서 인선을 마친 뒤 총리는 명단을 넘겨받아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식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은 모두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보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가 실질적으로 임명 제청권을 온전히 행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굳이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김 후보자가 워낙 고령(75)인데다 공직에서 떠난 지도 이미 10년이 넘어 장관 후보자들을 스스로 골라내고 검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원 인선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기보다 후보자 물색 과정에서 박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인수위를 구성할 때도 박 당선인과 김 위원장이 수시로 통화하며 위원 명단을 함께 채워나갔다”며 “특히 박 당선인이 ‘책임총리제’보다 ‘책임장관제’에 무게를 실은 만큼 각종 공약 사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사들을 골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