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일명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은 차이가 있었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업계의 의견을 더 수렴한 뒤 결정을 한다는 데 방점을 둔 반면,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택시법이 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국회가 바로 재의결 절차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사안은 이 대통령도 5년 전 공약한 것이고, 박근혜 당선인도 후보 시절 여러 번 구두로 공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 당선 이후 의원 222명이 법안에 찬성,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며, 민주당은 반드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그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며 “택시업계나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본 이후에 최종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즉각적인 재의 절차를 밟기보다 여론수렴 작업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온도차가 생긴 건 협상 전략의 일종이란 시각도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 등으로 부딪히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포석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여당으로서 정부가 대체입법을 내놓겠다고 하자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여야가 24일로 잠정 합의한 1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택시법은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돼 무기명투표에 부쳐진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151명)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통과 즉시 법률로 확정되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재차 행사할 수 없다. 222명이 찬성한 법안인 만큼 양당 지도부가 합의하면 재의결엔 큰 문제가 없다. 이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기어코 재의를 하겠다고 요구하면 수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