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일을 무조건 덮고 단합만 외치는 것은 옳은 것은 아니다”며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다.

손 고문은 1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신년회를 열고 “대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서로의 탓으로 미루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된다. 모두가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쳐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노(친노무현)·486(40대·80년대 학번) 주류 세력과 비주류가 대선 책임론을 둘러싸고 갈등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당내 불거진 정책노선 공방과 관련 “혁신과 쇄신을 계파간 싸움의 구호로 외쳐서도 안 되고 정체성과 선명성이 국민의 삶과 무관한 주도권 쟁투의 도구가 돼서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선 “국민은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 틀 속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편 네 편을 가르는 진영논리를 거부했다”며 “우리의 삶을 실제로 낫게 해줄 사람과 정당이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고 꼬집었다.

손 고문은 오는 15일 출국해 6개월간 독일 등에서 유럽의 복지·교육·경제·통일에 대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준비하겠다”며 “독일과 유럽에서 ‘저녁이 있는 삶’의 내용을 충실히 채우고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출국 환송회 겸 열린 이날 신년회에는 ‘손학규 사단’이 총출동했다. 이낙연(4선) 신학용 오제세 조정식 김우남(이상 3선) 이용섭 이춘석 이찬열(이상 재선) 최원식 임내현 박혜자 이언주(이상 초선) 김유정 서종표 송민순 이기우 전혜숙(이상 전직) 등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김성수 명예이사장, 송태호 이사장, 김영철 대표, 박순성 전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지지자 3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한 의원들은 정책공약 실패와 친노 패권주의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낙연 의원은 축사에서 “다수 국민의 인정을 받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계파 논리에 따른 이기심과 탐욕이 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제세 의원은 “우리가 지난 선거에서 민생경제 살리고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을 아무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성 공방을 벌였던 문재인 전 대선 후보 측을 겨냥해 “정말 정치는 인간다운 사람이 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적어도 인간다운 점에서 국민이 많이 신임한 게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