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SSU, 北 장거리 로켓 인양 '17일간의 완전작전'
‘17일간의 완전 작전.’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지난해 12월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은하3호)을 발사한 이후 17일간 사투를 벌인 끝에 서해에서 로켓 1단 추진체 산화제통, 연료통, 엔진 잔해 등 인양 작전을 완수한 것을 두고 군에서 붙인 것이다.

군 당국에서는 당초 로켓 잔해 인양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잔해물들이 떨어진 곳은 군산 서쪽 160㎞ 해상. 수심 80m가 넘고 조류가 강한 데다 바다 바닥이 진흙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강풍을 동반한 혹한의 날씨와 바닷속 짧은 시정(0.5~1.0m)도 걸림돌이었다. 그렇지만 SSU는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부상자 한 명 없이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여겨졌던 잔해 인양 작전에 성공했다.

해군이 북한 로켓 기술 연구에 유용한 추진체 잔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대왕함의 첨단 레이더(SPY-1)가 추진체의 잔해 낙하를 정확히 탐지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 사격통제사인 최영 상사는 진해군항에 배치된 구조함인 청해진함(3200)에서 지난 2일 국방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 미사일을 발사 52초 만에 탐지했다. 1단 추진체는 8개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세종대왕함에서 링스헬기가 출동해 잔해가 해상에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잔해는 결국 가라앉았지만 SSU 대원들이 인양 작업에 착수해 발사 이틀 후인 14일 0시26분에 건져 올렸다.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산화제통이었다.

청해진함의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수심 88m 해저로 내려가 산화제통을 발견한 강상우 상사는 “PTC에서 두 발만 옮겨도 PTC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한참을 찾다 보니 눈앞에 하얀색이 보였고 ‘은하’ 글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16일 인양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해군은 모든 잔해를 수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탐색에 나섰다. 그러던 중 산화제통을 발견한 곳 북쪽 450m 지점에서 금속 재질로 추정되는 물체 다수를 탐지했다. 기뢰전대장 신종열 대령(해사 41기)은 해당 내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심봤다”고 소리쳤다. 신 대령은 “조류 흐름을 고려해 잔해가 북쪽으로 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탐색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탐색 결과 높이 3.8m, 길이 2.5m의 금속물체를 비롯해 다수의 로켓 잔해가 진흙에 덮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일부터 심해잠수사들이 수심 80m 이하로 내려가 1단 추진체의 연료통과 연료통 하단 부위, 엔진 연결링 등 3점의 잔해를 식별하고 로프에 묶어 인양했다.

기상 여건 악화로 22일부터 나흘간 중단했다가 26일 재개한 인양 작전으로 추진체 엔진과 자세제어장치 등 10점의 잔해를 수거했다. 심해 잠수사들은 지표면 10배의 압력(70~80t) 압력을 견뎌내며 PTC와 해저를 오갔다. 해군은 특히 북한이 1단 추진체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B(무수단) 엔진 잔해 대부분을 건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진해=국방부 공동취재단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