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주민 참석, 공동체 복원 기원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반목과 갈등 한다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것이다."

13일 오후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포구에서 열린 '강정의 안녕과 희망을 위한 마을 용왕대재'에서 강정마을의 화합을 바라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법어다.

법어는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이 대독했다.

주민 1천여명 남짓한 강정마을은 한때 100여개의 친목모임이 있을 정도로 서로 유대관계가 돈독했으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으로 공동체가 파괴돼 종친회 모임조차 갈렸다.

'해군기지 반대'라는 깃발이 세워진 가게에는 찬성주민의 발길이 끊겼다.

코앞에 마주한 태극기를 단 찬성측 가게에는 반대주민이 얼씬도 않는다.

수년째 찬반 갈등이 지속되면서 갈기갈기 찢긴 공동체를 복원하고 화합을 기원하는 마을 용왕대재가 이날 오후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불교연합회 불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정마을 포구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는 해군기지 건설 찬반의 구분없이 주민 50여명도 함께 했다.

용왕대재에서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강정마을 주민 모두가 예전처럼 형제로 돌아가기를, 마을의 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용서할 일이 있다면 용서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왕제 의식은 제주지방 무형문화재 제15호 제주불교의례 보유자인 구암스님과 전수자·이수자 회원 등 제주교구 범패 스님 등 12명이 어장과 증명을 맡아 진행했다.

용왕제 막바지에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각자 소원을 적은 축원지를 태우는 다라니 소각을 하며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용왕대재 2부 행사로 강정마을 민속보존회의 길놀이도 마을 일원에서 펼쳐져 강정마을은 오랜만에 잔치 분위기로 흥겨웠다.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