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발표한 공약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재원조달 방안이다. 공약의 이행에 필요한 세입·세출표를 내놓은 것으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 쪽 재원조달 계획이 상대적으로 촘촘해 보이지만, 현실성에서는 둘 다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박 후보는 집권 5년간 공약 이행에 총 131조원(연간 26조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세율 인상과 세목신설 없이도 재량지출 축소와 비과세·감면 손질,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 확충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비해 문 후보 측 공약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총 192조원(연간 38조5000억원)으로 박 후보보다 61조원 더 많다. 부자 증세와 대기업 고소득자 조세감면 축소, 토목공사 등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축소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재원추계가 엉터리라고 비판한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문 후보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자체 발표한 192조원보다 최소 25조원이 더 필요한 반면 조달 계획은 실제보다 50조원가량 부풀려져 있다”며 “공약 일부를 삭제하든지 아니면 세수를 늘리는 다른 방안을 짜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문 후보가 연간 증세를 통해 확보한다는 19조원 가운데 지방재원으로 돌려야 할 7조5000억원을 모두 국비로 계상한 것도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추계”라고 비판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박 후보 측 재원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공격한다. 이용섭 선대위 공감1본부장은 “박 후보 주장대로라면 비과세 감면이나 지출 축소로 연간 16조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조세 감면으로 확보 가능한 재원은 많아야 연간 3조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세수 확충 대안으로는 현실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양쪽 모두에 냉정하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는 “박 후보가 공약에 따른 분야별 세입·세출표를 구체적으로 짜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재원조달 방식은 여전히 신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신설을 안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술 담배 등에 세금을 부과 또는 신설하거나 부가세를 인상하는 식으로 부분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 후보가 밝힌 대기업 및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은 그럴듯한 구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으로는 필요 재원을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도 없는 것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문 후보의 재원조달 계획은 전체 소요재원 추계만 있지 분야별로 어떻게 조달해 어디에 얼마를 쓰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훈/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