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잘못된 행정처분을 고수해 혈세 150억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주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분쟁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성남시는 지난 6월1일 장모씨에게 손해배상금 150억원을 지급했다. 분당구 이매동 서현근린공원 내 골프연습장 설치 불허에 대응해 장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급한 손해배상 원금은 98억원이지만 10년간 소송으로 이자가 52억원이나 붙었다.

▶본지 5월26일자 A17면 참조

이 사건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남시가 서현근린공원 조성계획을 변경하면서 골프연습장 사업계획을 반영한 것이 불씨가 됐다. 이듬해 시가 조건부 승인(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자 장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승소했다.

성남시는 2010년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50억원을 지급하라”는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손해배상 채무가 소멸됐다”며 거부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98억원 배상 판결이 나왔고 상고심에서 이 판결이 확정돼 성남시는 이자까지 합쳐 150억원을 물어줬다.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직후 시는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시 재정에 손실을 입힌 관련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하고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록 구상권 청구는 고사하고 징계절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이 사건에는 전직 시장 4명을 포함, 38명의 공무원이 관련돼 있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주민 민원, 시의회 결의안, 시정조정위 결정 등을 거쳐 결정했고 법리 오해나 고의성 부분도 없어 공무원을 문책할 사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고위 공직자는 대부분 퇴직하고 징계시효도 소멸돼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시장은 주민, 공무원은 윗선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 행정을 펼친 대표 사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장씨가 지난 10월29일 시에 사업시행자 변경 신청을 내면서 골프연습장 사업이 재개됐다.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 인근 주민(3개 아파트단지 2612가구 6500여명)이 다시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성남=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