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문재인 '공약 맞짱' (4)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朴 "삼성 등 10% 미만…부활해도 별 영향없어"
文 "30% 출총제 부활…기업 문어발 확장 방지"
[대선 D-18] "기업투자 위축…일자리 악영향"…전문가들 "실효성 없다" 한 목소리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제도다. 회삿돈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이 제도는 본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로 1986년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정권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규제가 대폭 완화돼 사실상 유명무실화됐고,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3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출총제 부활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간 입장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대표적 공약이다. 박 후보는 현행 유지(폐지 상태)를 주장한다. 반면 문 후보는 공기업을 제외한 10대 그룹에 대해 순자산의 30%로 출자총액을 부활시키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 후보 측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총제 부활에 부정적이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에서 “출총제 시행 때 과연 실질적인 계열사 확장 억제 효과가 있었느냐를 따져봐야 하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기업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곳이라면 투자를 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도 “삼성 현대차 등은 현재 순자산의 10% 정도만 출자한 상태여서 출자총액제한 대상으로 묶이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이 재벌 개혁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김기식 문 후보 선대위 미래캠프 지원단장(민주당 의원)은 “물론 출총제 부활만으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중소기업 고유업종 침해 등을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2009년 출총제가 폐지된 이후 재벌 계열사가 급증했고 그 와중에 골목상권 침해가 이뤄진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이 같은 폐해를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출총제 부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출총제가 폐지되기 전인 2007년 4월 35개 대기업 집단이 보유한 계열사는 812개였으나 2011년 4월에는 1205개로 48.4%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출총제 부활에 회의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기업 투자가 위축된다는 비판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출총제 폐지 이후 대기업 계열사가 너무 늘었다고 하는데 애초 출총제를 폐지한 목적 자체가 대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다”며 “그 목적에 충실한 대기업에 대해 계열사를 늘렸다고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총제 등을 통해 기업 투자가 위축된다면 문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김재후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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