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다.

박 후보는 대기업 순환출자에 대해 신규만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올렸지만 박 후보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것을 이제 와서 제한하면 기업 입장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둬 이를 자율적으로 해소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3년 내 해소하지 않으면 해당 출자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재벌의 잘못된 소유지배구조와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 대해서는 규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의견이 갈리는 건 기존 순환출자 규제 여부. 박 후보는 “경제위기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투입될 비용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며 “이런 기존 순환 출자까지 건드리면 사실상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가장 핵심인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은 포장지만 경제민주화”라며 “상호출자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게 맞느냐”고 반박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두 공약 모두 시대의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이겠지만, 실현될 경우 시장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사유재산권 보장이나 자유 경쟁 등은 무시되고 모두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와 곽태운 서울시립대 교수 등은 “그동안 정부가 규제한 전례가 있는 데다 위헌 요소는 적다고 보기 때문에 바로 실현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더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선 두 후보의 공약 모두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사양 산업에 대한 정리와 블루오션 사업으로의 전환이 어려워진다”며 “이를 금지하면 빠르게 변하는 산업 질서에 대응을 못하게 돼 국내 산업 전반에 피해가 간다”고 지적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비용은 최소 8조5000여억(경제개혁연대)~14조6000여억원(오정근 고려대 교수) 등으로 추산되고 있다.

■ 순환출자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 순환출자를 통해 A사(자본금 100억원)는 B사와 C사를 지배하는 동시에 자본금은 110억원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재후/이현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