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예정했던 캠프 해단식을 돌연 연기했다. 안 전 원장의 후보직 사퇴에 대한 지지층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연기하기로 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유민영 캠프 대변인은 26일 서울 공평동 캠프사무실에서 “오늘 오후에 투신 시도 사건도 있고 해서 지지자들이 좀 차분해진 이후에 해단식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안 전 원장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번주 내 해단식이 열리냐는 질문에 “미정”이라면서도 “오래 끌 일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20대 김모씨는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안철수 캠프 옆 6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흉기를 들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물러나라”며 투신 소동을 벌였다.

한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안 전 원장의 사퇴에 반발하며 해단식 연기를 요청했다”며 “지지자들의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원장은 해단식에서 야권 단일후보 경쟁을 벌였던 문 후보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안 전 원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지역을 돌며 나름의 지원 유세를 하거나 투표 독려와 새정치 관련 강연을 이어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캠프사무실은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한 채 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안 전 원장이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 전 원장이 성난 지지자들을 얼마만큼 설득하냐에 따라 문 후보를 지원하는 강도와 방식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원장 지지층의 58.5% 정도만 문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자들의 반발 화살은 문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펀드’ 자유게시판에는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의 글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디 ‘지지’를 쓰는 한 지지자는 “설령 안 전 원장이 문 후보를 돕더라도 우리는 죄인을 뽑을 이유가 없다. 안 전 원장이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이디 ‘권고’는 “(안 전 원장이) 적당히 돕고 문 후보 패배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아이디 ‘국민’은 “안 전 원장은 또 다시 거짓으로 접근하는 문 후보와 민주당을 돕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이디 ‘오호통재라’는 ‘안 지지자 선거수칙’이라는 글에서 “안 전 원장 지지자들은 표로서 ‘문죄인’을 심판해야 한다”고 썼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