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최근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사실상 두 후보가 강조했던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강조하던 두 후보가 서로 권력을 쥐겠다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통에 양측 지지자들의 이탈도 점차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시너지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자발적 모임으로 알려진 ‘CS코리아’의 일부 회원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임 탈퇴 및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0여명 규모의 이들 탈퇴자는 이날 “안 후보는 정치 쇄신은커녕 쇄신의 대상인 민주당과의 ‘권력 나눠먹기 게임’으로 초심을 무참히 버렸다”며 “안 후보 지원 활동을 백지화하고 나라사랑의 일념으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 단체인 ‘이투모(이대로는 투표 못하겠다는 청년 유권자 모임)’도 이날 각 캠프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며) 이대로라면 투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987년 단일화 실패의 과오를 반복할 것인가”라고 했다.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치킨게임’에 실망했다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네티즌이 속출하고 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가 약속한 ‘아름다운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양측 지지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워낙 크다 보니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이들 세력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