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관련, 유력 대선 주자 3명 중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만 유일하게 ‘대차대조표’를 내놨다. 집권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와 어디에 쓸지를 밝힌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아직까지 재원 추계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수년간 예산을 짜본 정부 관료들은 “세 후보 모두 재원 조달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대규모 증세 없이 매년 수십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건 비양심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박 후보가 재원 조달 계획을 내놓기는 했지만 ‘교과서적인 얘기’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려야 한다는 박 후보의 말은 맞지만 대규모 증세 없이 이런 방법으로만 5년간 135조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예산절감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5년간 7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 측은 낭비되거나 국민들의 요구와 맞지 않는 예산을 줄이고 나라살림을 투명하게 꾸리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예산 관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재정당국의 한 간부는 “올해 어느 해보다 균형재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작년 대비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2조원가량에 그쳤다”며 “매년 14조원가량의 지출을 줄이는 게 말처럼 쉽다면 올해는 왜 못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보다 누락되거나 새는 세금을 더 걷는 방식으로 5년간 48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정부는 회의적이다. 한 예산 관료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원을 확대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그런 방식만으로 매년 9조~10조원을 더 걷기는 쉽지 않다”며 “조세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내놓지 않아 평가조차 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박 후보에 비해 복지 확대의 폭이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훨씬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여기에 필요한 재원이 향후 5년간 15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예산 관료는 “두 후보의 재원 대책으로 연간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새로 확보한다는 게 현실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