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핵심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말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한 뒤 각종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문제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 불협화음이 이는 형국이다.

대선이 10일로 39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유약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주변에 재계와 연관된 사람이 많으니까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로비도 있고 하니까.

."라며 `로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핵심 당직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박 후보를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는 걸로 만들어버렸다.

`로비'는 야당이 공격하기 딱 좋은 고약한 단어"라면서 "어제 김태호 의원의 `홍어X' 발언으로 애를 먹었는데 김 위원장의 로비 발언은 더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민주화추진단 소속 한 의원도 "김 위원장이 로비라고 말한 것은 경제민주화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루트에서 진행되는 대기업의 행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민이 마치 `금전적 로비'가 있던 것처럼 오해할까 봐 우려된다"고 공감했다.

반면 당내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이 `박 후보가 재계의 로비를 받아 경제민주화 입장이 약해졌다'고 한 발언은 그 근거를 대든지 아니면 취소하고 박 후보에게 사과해야 될 듯 하다"면서 "발언이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 박 후보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조만간 김 위원장과 만나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날 "박 후보와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본 바 없다"고 말한 것을 뒤집어보면 박 후보와 만나 본격 논의하고 싶다는 메시지로도 읽히는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공보단장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약간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다소의 견해차가 있을 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런 가운데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논란과 관련, 한 신문이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충일 이사의 발언을 인용,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달 전화해 김 사장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김 사장 해임안 부결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이사와 MBC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