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33주기 추도식 유족인사를 통해 “(과거사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아버지에게는 그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박 후보가 직접 박 전 대통령 시대의 문제를 사과한 것은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지표현으로 보인다. 캠프 관계자는 “아버지가 서거한 날, 아버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박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원고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직접 사과했지만,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공방이 더해지면서 과거사 인식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이후 과거사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논란이 계속될수록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한번 사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사과를 기점으로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면 ‘100% 대한민국’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그동안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을 끌어안는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산업화시대의 역량과 민주화시대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열어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고치면서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과거 유신정권의 피해를 받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도 참석했다.

다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계속해서 퇴진을 거부하고 있고,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발생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선언적 의미의 사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개발 종잣돈이 없어 다른 나라에 머리를 숙여 도움을 구했고, 열사의 땅과 정글 속에 뿌려진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고속도로를 닦고 공장을 건설하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