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된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은 갈등기류를 이어온 한·일 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일 양국은 이날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은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외교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에서는 양국 간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 주장이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에서 ‘정경분리’ 원칙이 깨지는 전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은 (관계당국이) 이젠 필요없다고 판단해서 안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한·일 외교문제로 해석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일본보다 신용등급도 높다”며 “외교안보 차원에서 한·일 간 문제로 볼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 역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조지마 고리키(城島光力) 일본 재무상은 “순수하게 경제·금융적인 측면에서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영유권 문제를 배경으로 한 정치환경의 변화는 이번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 측은 최근까지 외교채널 접촉에서는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 여부에 대해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설은 일부 언론의 주장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지마 재무상의 이런 설명은 일본 내부에서조차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줄곧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경제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한국을 압박하는 경제보복 카드의 하나로 이용한 것이다. 그간 일본 경제계에서는 줄곧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 조치가 일본 경제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다카시마 오사무(高島修)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엔화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고, 일본 주식시장은 하락압력을 받을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번 결정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이후 지켜온 ‘정경분리’의 룰을 깬 것”이라며 “한·일 간 특정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분야에까지 보복을 할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도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이 추가적인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 국채매입 방안 철회,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중단,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구매방안 재검토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