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7일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장 교수는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에서 경제민주화 포럼을 구성하고 경제·사회·문화 정책 마련을 주도하는 총괄역을 맡는다.

그의 영입은 경제민주화 정책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안 후보의 경제멘토인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경륜이 많은 관료 출신인 이 전 부총리는 고문 역할을 맡고 경제민주화 선봉자인 장 교수가 안 후보의 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정책총괄역으로 거론됐던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정책네트워크의 실무총괄역으로 정리됐다.

장 교수는 지난 7월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출판기념회에 참석, “타당 후보는 괜히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이걸(저녁이 있는 삶) 공약으로 베껴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손 고문을 치켜세운 바 있다. 손 고문의 측근으로 통하는 그는 “오늘(27일) 새벽에 안 후보의 (정책총괄역)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며 “손 고문에겐 미처 말하지 못하고 왔는데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회견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은 경제민주화에서 시작한다”며 “더불어 함께 잘사는 경제, 희망을 주는 혁신의 경제, 모두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정한 경쟁 보장 및 양극화 해결을 위한 재벌개혁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노동개혁 △노동자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희생 없는 경제 △사회 구성원 모두를 포용하는 포용성장 등을 제시했다.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장 교수가 단계적 개혁을 표방한 안 후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 교수는 1997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소액주주 운동을 하며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형태를 비판해 왔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13시간 넘게 계열사 간 부당거래 문제를 공격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6년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을 상대로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면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139억원 규모의 소송을 내기도 했다.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의 고문도 맡고 있다.

장 교수는 이에 “1990년대의 장하성이 아니다. 1인 재벌총수체제에 대해 비판적이긴 하지만 기업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더라도 시장에서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 기능과 기업 내부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지도 않고, 정의로운 걸 빼고 효율성만 따졌을 때도 우리 사회 질서가 무너진다”며 “(이런 측면에서) 나를 ‘재벌의 저격수’가 아니라 ‘재벌의 동반자’로 불러도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를 거쳐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그의 누나는 참여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지냈던 장하진 씨이며 사촌동생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